정기현 전 대전시의회 교육위원장

정기현 전 대전시의회 교육위원장.
정기현 전 대전시의회 교육위원장.

“누가 죽였어~~”

악성 민원에 홀로 싸우고 외롭게 버티다 지난 9일 장례를 치른 대전 한 초등교사의 발인식에서 나온 동료교사의 절규이자 지켜주지 못한 회한이 서린 외침이었다.

유족과 동료들이 슬픔을 목구멍으로 넘기며 눈물을 훔치던 발인식에도, 마지막으로 재직했던 교육현장을 돌아보는 순간에도 교육감도 학교 관리자도 없었다.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

이는 40여 년 전에도, 20여 년 전에도 나온 말이지만, 이번엔 차원이 다르다.

한번은 무한경쟁교육을 견디다 못한 학생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이어질 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며 교사들이 ‘참교육’을 외쳤을 때 나왔던 말이고, 또 한번은, 대입 수능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학교를 자퇴하고 학원으로 달려가면서 학교 교육이 무력화되던 시기에 나온 말이었다. 

지금은, 교사들이 ‘더 이상 이대로 교육을 할 수 없다’며 교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던지며 나선 것이어서,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심각한 위기이다.

최근 5년간 100여명의 교사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고 최근에도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공교육 위기의 지점이 고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내려오더니, 이제는 초등학교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우리가 심각하게 보아야 할 것은, 종전의 학력이나 경쟁의 심화로 인한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 삶의 가장 기초가 되는 인성교육에 관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교육의 첫 출발지점인 초등학교에서 나타났다는 점이다. 그래서 교사들이 느끼는 무력감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공교육의 진입 단계에서부터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은퇴한 한 교사는 “교사의 열정이 식어서 단지 시간만 때우다 퇴근하는 학교가 될까 가장 염려가 된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오래 지속되면 위험하다. 책임있는 사람들이 나서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해 주셨다.

서이초등학교의 20대 젊은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은 다른 사람의 문제가 아닌 교사 자신의 문제였다. 누가 조직하여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자신의 문제로 바라본 교사들 스스로 연대하여 거리로 나선 것이다. 9월 2일 국회 앞 집회는 2016년 촛불혁명 이후 최대 인파인 30만 명의 교사들이 참석하였다. 

역사상 교사들이 이렇게 많이 거리로 나온 적이 있었던가?

‘공교육 멈춤의 날’은 지금이 아니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음을 직감한 교사들이 우리 사회와 정부, 교육청에 공교육 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경고이자 호소였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교육 당국의 무능함과 안이한 인식, 그리고 무책임한 행정적 조치였다.

뿐만 아니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징계 운운, 일부 시도교육청과는 다른 대전시 교육감의 교육부 방침을 존중한다는 발언, 누구보다 교사들의 처지를 잘 아는 교장들의 면피성 발언 등은 교육 현장의 최일선에 있는 교사들의 자존감을 짓밟는 처사였다.

얼마나 많은 교사들이 분노하며 좌절감에 빠졌을까.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서이초등학교 선생님도, 대전의 한 초등학교 선생님도, 그 선택의 순간까지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남겨질 가족과 아이들을 얼마나 생각하며 고민했을까? 안타깝다.

교육부의 방침만을 존중한다면 교육자치, 직선제 교육감이 왜 필요한가?

교사들이 공교육 회복을 외치고 국민에 호소하고자 합법적으로 연가·병가를 내어 수업 차질이 예상되자 학교장들은 학부모들에게 체험학습을 안내했다. 학교장들로써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전시교육청은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공식 공문이 아니라 전화로 철회를 압박함으로써 책임을 학교장에게 떠넘기려는 소신없고 무책임한 행정으로 일관해 극심한 반발을 초래했다고 한다.

대전시교육감은 지난 10여년 동안 자신은 초·중·고 교사 출신이라며 선거에서 주요 경력을 내세웠지만, 정작 학교 현장 교사들의 고통을 공감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추모현장에선 ‘공감 제로 교육감’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지난 7일 사망한 대전 초등학교 교사 사건이 크게 보도되어 대전 교육계에는 큰 슬픔과 충격이 밀려왔음에도 다음 날 8일 설동호 교육감은 공감능력 제로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장애인 한마음 대축제에 참석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교육가족’이 축제를 축하한다고 축사했겠지~
또, 대전시교육청 홈페이지에선 9월 8일 ‘전화위복’이라는 정답을 맞히는 ‘대전에듀 금요퀴즈’ 이벤트를 잠시도 중단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여 뜻있는 시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지역 교육계 수장이라는 교육감이 공감 능력이 제로라면 교육감 자격이 있을까?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교권정책 만족도가 전국 최하위인 5%를 나타낸 것이 다 원인이 있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제 설동호 교육감은 교사 출신 교육감이라고 내세우지도 말 것이며, ‘교육가족’이라는 표현도 사용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교육청 행사보다는 시청, 구청 행사 현장을 쫓아다니는 교육감을 보면 교육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계를 이용하여 자기 정치를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인사는 망사가 된 지 오래고, 청렴도는 임기 동안 전국 꼴찌를 도맡아 하여 부패 교육청이라는 불명예를 얻었고, 교육자들에 대한 공감능력 결여까지, 더 이상 교육감직을 유지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편, 대전시교육청은 이 초등학교 인근 신규아파트 개발 지구(용산지구)에 있었던 학교 용지를 필요없다고 없애버린 후, 학생수 예측에 실패하여 긴급히 모듈러 교실을 임시로 설치함으로써 140여억원의 세금을 낭비하며 이 초등학교 학부모간에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하였다.

잘못된 판단으로 대전시민에게 경제적 정신적으로 큰 손해를 끼친 설동호 교육감을 배임행위로 고발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이렇듯 교육감이 업무능력도, 공감능력도, 청렴도도, 인사도, 정책도 실패하여, 교육계는 물론 시민들도 더 이상 감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설동호 교육감은 그 동안의 실책에 대해 교사와 학부모, 시민들에게 공개 사죄하고 남은 임기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천명하든가 아니면 즉시 자리에서 내려오기를 촉구한다.

전 교육위원장의 쓴소리에 불과하다고 치부한다면, 이후에 들불처럼 퍼져나갈 선생님들의 따가운 질책과 시민들의 비난을 감수하여야 할 것이다.

대전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고인의 추모공간을 찾은 정기현 전 대전시의회 교육위원장.(사진=에이티엔뉴스)
대전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고인의 추모공간을 찾은 정기현 전 대전시의회 교육위원장.(사진=에이티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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