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있다. 제 잘못은 모르고 남을 탓하는 상황을 빗댄 말이다.

어느 나라든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공동체는 체면을 차릴 줄도 모르고,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는 염치 없는 사회가 된다.

1990년대 한국에는 '내 탓이오' 운동이 있었다. 20세기 끝자락의 세기말과 더불어 만연된 불신풍조와 타락한 윤리 문제가 화두였던 시절이다.

'내 탓이오'는 천주교 주요 기도문에 나오는 '고백의 기도'에 나오는 구절이다. "전능하신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생각과 말과 행위로 많은 죄를 지었으며 자주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내용을 고백하고, 가슴을 세 번 치면서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라고 성찰하는 기도문이다.

가톨릭 신도들이 벌인 '내 탓이오' 운동은 당시 전국민의 공감대를 얻었다. 자신의 잘못은 애써 외면하면서 남의 잘못은 득달같이 비난하는 사회 분위기를 바꾸자는 국민적인 회개운동으로 확산됐다.

수많은 가톨릭 신도들이 파란색 바탕에 흰 글씨로 된 '내 탓이오' 스티커를 자동차에 달고 캠페인을 벌였고, 각계 각층에서도 선한 영향력으로 받아들였다. '내 탓이오' 스티커 40만장이 순식간에 동이 났다는 뉴스가 나올 정도였다.

'내 탓이오' 운동은 아쉽게도 IMF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휘청이는 세계 경제의 격랑 속에서 맥이 끊겼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났다.

"요즘 애들 버릇 없다"는 문구가 기원전 1700년 수메르 시대 점토판에 새겨져 있고, 소크라테스마저 "요즘 애들 버릇 없고, 부모와 스승에게 대든다"고 한탄(기원전 425년)한 게 오늘날도 변함 없는 것처럼 남 탓하는 염치 없는 못된 문화도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문제는 '나는 옳고 남은 글러 먹었다(我是他非)'는 식의 풍토를 부채질하는 것이 부끄럽게도 정치권이라는 것이다. 

정권만 잡으면 자신들의 미숙한 국정운영이나 부정부패는 부끄러움을 모르고, 야당이 발목 잡는다는 말을 내뱉는다. 야당 역시 대표나 당직자 할 것 없이 대통령과 여당 헐뜯기가 일상이다.

어디선가 사고라도 나면 아전인수(我田引水)식 선동과 정치공작이 시작된다. 이들에게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156명의 사망자를 낸 이태원 핼러윈 참사 속에서도 정치권의 모습은 짜증을 넘어 분노를 유발한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죽상이던 이(재명) 대표의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한 모습은 세월호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모습과 오버랩된다"며 "비정상적 사고(思考)가 여전히 민주당을 지배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 참 씁쓸하다. 민주당은 자중하시기 바란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 때도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29명 사망), 인천 영흥도 낚시 배 침몰사고(13명 사망),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47명 사망), 2020년 이천 물류센터 화재(38명 사망), 2021년 광주 학동 건물 붕괴 사고(17명 사상) 등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꼬리를 물고 발생했고,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이었던 2014년 10월에는 16명이 사망한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가 있었다"라고 일일이 언급했다.

그러자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죽상, 낯짝, 허접한 잡설"이라며 "김기현 의원의 입에서 오물이 튀어나오고 있다. 그런다고 156명 젊은이들을 짓눌렀던 죄의 무게가 가벼워지지 않는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어 "진짜 '죽상'을 짓게 만드는 건 이런 막말"이라며 "정말 무슨 '낯짝'으로 이런 말을 토해내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허접한 잡설은 추모의 시간에 어울리지 않는다. 제발 자중 또 자중하시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키웠다.

안타깝지만 이들이 운운하는 '추모'에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간절한 마음으로 여야 정치권에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조선 선비 이중환이 자신의 책 <택리지>에 기록한 내용이다.

이중환은 말한다. "사대부가 살고 있는 곳은 인심이 고약하지 않은 곳이 없다. 조정의 윗자리에 소론과 노론, 남인간의 원한이 날로 깊어져 서로 역적이란 이름으로 모략하면서 영향이 아래로는 시골까지 미쳐 큰 싸움터를 이룰 지경이다. 서로 혼인하지 않는 것은 물론 서로가 결코 용납하지 않는 상황이다. 다른 파벌이 또 다른 파와 친해지면 지조가 없다거나 항복했다고 헐뜯고, 건달이 됐건 종이 됐건 한번 아무개 집 사람이라고 말하면 다른 집을 섬기려고 해도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사대부로서 어짊과 어리석음, 높고 낮음은 오직 자기 파벌에서만 통할 뿐 다른 파벌에게는 전혀 통하지 못한다. 비록 죄가 천하에 가득 차 있더라도 한번 다른 편에 의해 공격을 당하면 잘잘못을 논할 것도 없이 모두가 일어나 그를 도우며, 도리어 허물이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한번 편이 갈라지면 가까운 친족 사이에도 서로 말을 하지 않았다. 이 지경에 이르러서는 하늘이 내린 윤리도 다 없어졌다고 하겠다."

부끄럽지 않은가? 왜 부끄러움은 국민들의 몫이어야 하는가?

이태원 참사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ATN뉴스 보도·사업총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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