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에이티엔뉴스 전철세 기자

“할아버지! 수염깎으니까 미남이시네요. 우리 할머니 소개시켜 주고 싶은데 할머니가 곁에 계셔서 안되겠어요”

온몸에 링거를 매달고 건양대 1013호 병실에 갓 입원한 환자 수염을 정성스레 깎아주던 간병인 김월순·조봉녀씨가 할아버지 힘내시라며 건네는 말이다.

혼미한 의식사이로 천사 같은 고운 마음이 전해졌음일까? 잠시 후 할아버지가 피식 웃으며 의식을 되찾는다.

이어 그녀들은 옆 병상에 100kg은 족히 넘을듯한 거구의 환자 대·소변을 갈아주느라 진땀을 흘리면서도 다정다감한 말과 친절한 미소를 잃지 않는다.
 
곧이어 간호사들이 들어와 혈압을 체크하고, 링거를 확인하고는 “할머니! 주사 맞아야 해요. 아파도 금방 끝나니까 참아요. 아파요? 아이구 잘했어요”라며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옆 병실로 건너간다.

이어 인턴이 찾아오더니 환자의 욕창을 치료해주고 아픈 곳을 살피느라 병실의 24시는 분주하기만 하다.

집에 돌아와 노트북을 켜고 병실의 일상을 스케치하다보니 문득 건양대 병원 1013호 병실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이들을 통해 새삼 천사의 존재감을 떠올리게 됐다.

본래 천사(angel, 天使)의 어원 안겔로스(angelos)는 그리스어로 '전령'이라는 뜻이다. 천사는 신과 인간의 중개자로 신의 뜻을 인간에게 전하고 인간의 기원(祈願)을 신에게 전하는 영적인 존재의 의미다.

또 바이블에 천사는 날개가 없다고 하는데 대부분 예술작품에는 날개 단 모습으로 묘사된다고 한다.

천사가 신의 전령이라면 하늘을 날 수 있어야 하고 인간과 다른 모습이어야 한다는 관념에서라는 것이다. 하지만 천지창조, 최후의 심판 등으로 유명한 화가 미켈란젤로는 통념을 깨고 날개 없는 천사를 그렸다고 한다.

누군가 기자에게도 객관적인 사실에 입각해 건양대 병원 천사를 찾아 기사화하라고 한다면 단연코 1013호 병실의 김월순·조봉녀씨의 모습을 면밀히 기록했을 것이다.

환자 대·소변을 갈아주는 와중에도 다정한 미소와 유쾌한 태도로 스스럼없이 환자들을 대하면서, 그들에게 생의 의지와 자존감을 치켜세우던 그녀들의 일거수일투족에서 천사의 모습을 보았다.

치매걸린 노모를 모시는 기자 입장에서는 도무지 엄두도 나지 않기에, 소명의식 없이는 절대 선택할 수 없고, 아무나 할 수도 없는 직업이기에 더욱 그렇게 비쳤는지도 모르겠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법 그녀들과 친숙해지면서 그들의 애환도 잠시 들을 수가 있었다.

“간병인은 환자를 케어(care) 하는 것이지, 보호자를 케어하는 게 아니쟎아요? 가끔은 보호자로부터 이유 없는 큰소리를 듣고 상처를 입기도 해요. 정말 아무나 하는 직업 아니거든요”라며 속내를 살짝 드러내 보이며 또 배시시 웃는다.

하지만 이 조차도 모두가 내 탓이라고 말하며, 병실 환자들을 돌보기에 여념이 없는 조봉녀·김월순씨를 통해 기자는 '천사는 날개가 있다'는 고정관념의 벽을 과감히 무너뜨렸다.

단언컨데, 천사는 날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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