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산을 허물고 2300여 세대 아파트 건립을 포함한 일봉공원 민간특례사업에 대한 주민 투표가 결국 천안시의회서 부결됐다.

주민투표 실시 건이 시의회서 부결되자 시민단체들과 주민들은 거세게 항의하며 반발했다.

천안시의회는 20일 오전 열린 '제227회 제2차 정례회' 본회의에서 일봉산지키기주민대책위원회(주민대책위)가 제출한 '일봉산 개발에 대한 천안시민의 의견을 묻는 주민투표 실시의 건'을 다뤘다.

본회의에 상정된 주민투표 실시 결과 무기명 전자투표에는 25명 의원 전원이 참여해 반대 11명, 찬성 9명, 기권 5명으로 부결됐다.

주민대책위는 일봉산 개발 관련 상당한 이해관계가 있는 일봉산 인근의 다가동과 신방동, 용곡동 주민을 대상으로 주민투표가 실시될 수 있도록 천안시의회에서 의결해 천안시에 주민투표를 청구해 달라고 지난달 말 요청했다.

의회를 방청한 주민대책위는 구만섭 천안시장 권한대행을 만나기 위해 청사로 진입하며 시청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앞서 주민대책위는 이날 천안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주민의견을 무시한 협약체결은 원천 무효"라며"주민들의 입장을 명백히 전달하기 위해 온 힘을 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대책위 사무국장인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서상옥 사무국장은 "그동안의 비민주적 일방적 추진절차를 바로 잡고 도심의 소중한 허파역할을 하는 동네산의 보존하고자 하는 주민들의 의사를 천안시의회가 철저히 외면한 표결 결과로 시민들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분개했다.

이어 서상옥 국장은 시의회가 주민투표 실시 건을 재상정해야 한다며 20일부터 단식농성에 돌입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에 대해 천안시의원은 "일봉산은 도시공원일몰제가 시행되면 내년 7월부터 난개발이 기승을 부릴 수 밖에 없다"며 "일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이 일봉산을 보존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 반대표가 더 많았다"고 말했다.

천안시 관계자는"민간공원 특례사업의 빠른 추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많다"며 "협약 체결 후 한달내 민간사업자가 토지매입비의 일부인 420억 원을 예치하면 사업 시행자 지정고시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일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은 민간사업자인 일봉공원 주식회사가 6000억 원을 투입해 2021년까지 용곡동 일원 일봉산 40만 2614㎡ 면적에 2300세대 아파트와 함께 문화체육센터, 들꽃식물원, 주차장 등을 일봉공원 주식회사가 조성하는 사업이다.

앞서 지난 8일 구본영 전 천안시장은 일봉공원 주식회사와 민간공원특례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