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의 인문학 연구와 더불어 인문학 시대의 AI 연구가 병행 필요

한국연구재단(NRF) 문화융복합단 이지현 단장./ⓒ 이기종 기자
지난 2019년부터 한국연구재단(NRF)에서 인문사회연구본부 문화융복합단장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대학원 이지현 교수./ⓒ 이기종 기자

[ATN뉴스=이기종 기자] 한국연구재단(NRF)은 학제 간의 융합연구를 위한 문화융복합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알파고 이후 ‘인공지능(AI)’이 우리 사회의 대세로 부상하며 과학기술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인문학의 중요성은 감퇴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학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연구재단(NRF)은 학제 간의 융합연구를 추진하고 있어 문화융복합단 이지현 단장을 만나 국내 융복합 연구의 현실과 추진성과, 향후 지원방향 등을 살펴본다.

다음은 한국연구재단(NRF) 문화융복합단 이지현 단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 자연이공계와 인문사회계 간 차이 현상에 대한 인식은?

▶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에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있는 것이 가슴 아프다.

인문학을 연구하는 것이 ‘왜’ 죄송해야 하는지 잘 모르지만, 일부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문과 계열이 취업과 자본(돈)으로 연결 되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해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사회적으로 취업, 돈 등을 떠나서 중요한 것이 많다. 그중에서 사회적인 가치를 연구하는 문과 계열의 경우 자연이공계가 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자연이공계를 연구자는 기술을 개발하고 인문사회계 연구자는 기술에 대한 가치를 연구해 사회적으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게 해야 한다.

나아가 자연이공계와 인문사회계가 융합 되어야 한다.

실례로 그동안 프로그램 언어는 자연이공계의 필수적인 도구였지만 앞으로 인공지능(AI)이 보편화가 되고 첨단 과학기술 발전이 더욱 가속화된다면 프로그램 언어도 영어처럼 일상생활의 필수 언어로 받아들이고 이를 배워야 한다.

- 한국연구재단 문화융복합단의 역할과 기능은?

▶ 문화융복합단은 인문사회본부 내 3개 연구단 중 하나이다.

문화융복합단은 문화라는 이름 아래 인문과 사회분야에 해당하지 않는 심리과학, 생활과학, 예술학, 체육학, 문헌정보학, 여성학 등의 분야와 융합 분야 등을 다루고 있다.

우리 연구단의 주요 기능은 연구 기획, 평가 운영, 사업 관리 세 개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더불어 심리과학, 생활과학, 예술학, 체육학, 문헌정보학, 여성학, 융복합, 학제간 등 소관 분야 연구동향을 파악한다.

또 연구지원 현황 조사와 분석, 전문위원 업무지원 및 평가총괄, 일반공동연구지원사업 심사평가 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추진 하고 있다.

- 그동안 문화융복합단장으로서 활동은?

▶ 단장으로 지원한 이유는 연구 분야에 있어서 ‘융복합’의 의미를 찾아보기 위함이었다.

스스로 건축과 전산의 융합 연구자라는 자긍심이 있기도 했고 아직 국내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융합연구의 가치를 제대로 정립해보고자 하는 열의가 있었다.

단장 취임 초기에는 평가 운영을 익히고 융복합 분야에 부족한 예산확보에 주력해 지금은 3년 주기에 50여 개의 융합과제를 지원할 수 있는 융합연구 환경을 조성했다.

이후에는 융복합 연구 과제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융합연구 전문위원 규모 확대와 개편, 그리고 평가의 객관성을 위해 적정 전문위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현재 연구재단이 도입하고 있는 AI 평가위원 추천 시스템을 인문사회본부에서 최초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남은 임기 동안 융합연구 지원사업에 대한 종합적인 성과분석을 통해 관련사업의 현황을 분석하고 개선점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 학제 간 융합연구의 시작은?

▶ 본격적인 융합연구 정책의 출발은 2003년 미국의 ‘NBIC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융합기술을 4개 분야(NT, BT, IT, CS)의 기술 간, 또는 기술 내 상승적 결합을 통해 인간의 수행능력을 향상시키는 기술로 정의하고 있으며 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상상력과 통찰력, 예술적 창조성과 과학적 합리성 등을 융합해 복잡한 사회문제에 대한 창조적이고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자 지난 2009년부터 학제 간 융합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10여 년이 지난 현재, 또 다른 발전의 전기가 마련되었다. 과학기술 주도형 연구개발(R&D)에서 부족했던 윤리적, 법적, 사회적 영향(ELSI)을 고려하는 동시에 통찰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인문·사회과학과의 융합연구로 복잡다단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 그동안 융합연구를 위한 조치와 성과는?

▶ 우선 ‘융합연구’의 정의부터 쉽지 않았다.

특히, 제대로 된 융합연구를 위해서는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서로의 연구분야를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두 가지 또는 세 가지 분야의 연구들이 합해질 때 단순히 연구가 덧붙여지는 것이 아닌 서로 시너지가 발생하고 새로운 연구로서 영향을 줄 수 있어야만 진정한 의미의 융합연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물리적인 시간도 필요하고 단일 분야보다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도 커진다.

그러므로 아직까지는 정형화된 계획 연구의 한계로 위에서 언급한 융합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보다는 특정 제목으로 각자의 연구를 한 후에 결과물을 합치는 식으로 연구가 마감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책연구를 통해 10년의 성과를 들여다보아야 하겠지만 10여년의 연구지원에도 손꼽을 성과가 적은 것은 아직은 이러한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가교 역할을 하는 융합연구총괄센터를 거점으로 인문사회와 이공계 연구자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성과들을 발굴·공유하며 본격적인 융합연구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

기존 융합연구 지원사업을 개편하여 아젠다 발굴 위주의 기획사업인 씨앗형과 중장기 지원인 새싹형을 통합하면서 일반공동연구지원사업 내에 융합연구 유형이 신설되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그간 큰 변화가 없던 과제 수와 예산 규모 모두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하고 3년 주기의 안정적인 지원이 가능하게 되었다.

현재 계획하고 있는 내용은 3년의 학제 간 공동연구 지원을 3+3년의 연구소 단위로 흡수해 연구자들이 융합연구와 전문인력 양성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또한 과학기술과의 융합뿐 아니라 인문사회 간 융합연구를 지원하는 신규 유형 아젠다를 발굴하고 있다.

- 인문사회계와 자연이공계 간 융합되어야 하는 이유는?

▶ 이공계 분야가 주도하는 융합연구는 이미 상당 수준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인문예술 분야에서의 융합연구 접근은 여전히 열악하며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동안 예산과 사업을 늘리고 지키기 위해 분주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까지와 같이 인문사회계가 이공계 주도의 융합연구에서 곁불을 쬐는 분위기가 아니라 첫 단추를 꿸 때부터 사회현안 대응 같은 대승적인 목표를 공유하며 동등하게 협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해 요즘 대외적인 심포지엄이나 워크숍뿐만 아니라 연구재단 내부에서도 이공계의 학제간 융합을 담당하고 있는 ICT·융합연구단, 국책 관련 부서들과 의견을 교환하며 열심히 공감대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 국내 융합 연구 중에서 의미있는 사례는?

▶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가상현실 치료방안을 접목한 연구, 노인의 이동성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복지와 기계공학의 융합연구, 인공지능 기술활용에서 편향성을 개선하기 위한 인공지능과 윤리학의 융합연구 등 다양한 연구성과가 있으며 현재도 여러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융합연구의 확산과 활발한 동기부여를 위해 융합연구총괄센터를 통한 성과발표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문화융복합단장으로서 과학기술을 넘어 인문사회 간 융합연구를 지원하는 신규 아젠다를 도출한 만큼 이것이 실제로 연구자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반영에 힘쓰겠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연구계 내부의 자신들만의 잔치가 아닌 국민 다수가 융합연구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증진시켜 저변 확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단장 임기가 끝난 후 대학으로 돌아가면 그동안의 경험을 활용해 기존에 해오던 컴퓨테이션 디자인(디자인 컴퓨팅)을 지속 발전시키려고 한다.

한편 코로나19 상황에서 진행된 비대면 교육수단과 만족도 등에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교육수단인 화상회의 플랫폼은 보안적인 면에서 문제점이 드러났으며 교육자와 피교육자 어느 누구도 만족도가 높지 않은 현실이다.

이를 위해 원격교육에 의한 사고력, 창의력 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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