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제8대 정해구 이사장 취임식을 개최했다./ⓒ경사연

[ATN뉴스=이기종 기자]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제8대 정해구 이사장 취임식을 개최했다고 5일 밝혔다.

정해구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26개 소속 연구기관은 국가 싱크탱크의 중추로서 기능하는 한편, 정책 결정‧집행의 주체와 정책연구 집단 및 연구자들을 서로 연결시키는 정책 논의의 허브로 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이사장은 “대한민국은 2대 당면과제(양극화 해소, 지역균형발전)에 직면한 동시에, 4대 미래 도전과제(저출산고령화, 4차산업혁명, 기후‧환경, 국제질서 변화)에 대해서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대 대전환기인 만큼 국정 패러다임이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며 “연구회와 소속 연구기관은 당면과제 해결과 미래 도전과제의 대비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으며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과제에 대해 각 연구기관을 넘나들고 관련 연구자들 간 집단지성에 기반을 둔 정책연구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해구 이사장은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위원장,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다음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제8대 정해구 이사장의 취임사 전문이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코로나 위기로 모든 것이 쉽지 않은 것이 지금의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오늘 저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취임을 축하해주시기 위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참여해주신 여러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바쁜 일정에도 축사를 해주신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님과 조대엽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앞으로 함께 일해 갈 연구회 이사님들과 직원 여러분, 그리고 경인사연 소속 각 연구원장님들과 그 직원 여러분들에게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경인사연과 소속 연구기관이 국가의 정책 연구를 위해 무엇보다도 먼저 공유해야 할 것은 현재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가를 파악하는 일일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 대한민국이 그간 어떤 경로를 밟아 왔고,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으며, 향후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전반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국가의 정책을 뒷받침할 연구는 과거를 성찰하면서 현실을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하는 거시적 안목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저는 우리 대한한국이 우여곡절의 환경 속에서도 다음과 같은 근대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고, 그 결과 어느 나라 못지않은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근대적 국민국가를 건설하는 일입니다. 익히 알다시피 우리는 일제의 식민 지배를 받았고 해방 이후에도 국제적 냉전의 심화 속에서 남북 분단과 전쟁이라는 시련을 겪었습니다. 그 결과로서 남북 분단은 지금껏 유지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제 한국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반듯한 나라로 발전해 왔습니다.

둘째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일입니다. 오랜 기간에 걸친 권위주의 통치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고 헌신적인 민주화운동과 이에 동참했던 시민들의 열정은 탈독재의 민주화를 가능하게 만들었고, 이는 이후 우리 민주주의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의 민주주의는 현재 오랜 민주주의 역사를 지닌 선진국 못지않은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셋째는 산업화를 이룩하는 일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한국은 해방과 전쟁 당시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압축적 산업화를 이루어 냈습니다. 그 결과 한국은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천만 명 이상)의 7번째 나라가 되었으며, 경제규모 면에서도 세계 10위권에 진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근대적 국민국가의 건설, 민주주의의 발전, 그리고 산업화라는 근대화의 3대 과제에 있어 한국은 이처럼 나름의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물론 남북 분단체제 극복의 과제는 여전히 미완입니다. 그럼에도 짧은 기간에 이룩한 민주주의 발전과 압축적 산업화 과정은 이제 한국을 선진국의 문턱에까지 끌어올렸습니다.

그러나 이상의 근대화 과제가 이처럼 성공적이었다 할지라도, 특히 압축적 산업화가 성공적이었다 할지라도, 그것은 현재 국민 모두의 풍족한 삶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계층적인 차원에서 급속한 성장과 더불어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었기 때문이며, 지역적 차원에서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압축적 산업화와 신자유주의적 경제는 그 성과에도 불구하고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켰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본과 노동,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경제 주체들 간의 격차는 지속적으로 증대되었고 제조업과 서비스업, 수출과 내수 간의 불균형은 더욱 더 강화되었습니다. 일차적 분배가 이루어지는 시장에서의 이 같은 불평등과 양극화는 2차적 분배가 이루어지는 복지정책을 통해 보완되었어야 했지만, 최소 수준에 머물렀던 한국의 복지는 그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다음으로 산업화와 더불어 가속화되었던 도시화는 서울로의 초집중화를 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초집중화의 경향은 민주화 이후에도 지속되면서 중앙은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의 모든 자원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거대 과밀지역으로서의 서울 및 수도권과 지역 소멸까지 거론되는 지방으로 양분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근대적 국민국가 건설, 민주주의 발전, 산업화의 3대 근대화 과제에서 나름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주었고, 그것은 적어도 양적인 차원에서는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가능케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그 동안 누적되었던 계층적, 지역적 불평등과 격차의 문제는 이제 그 해결을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과제가 되었습니다. 과거 성공의 빛이 밝았던 만큼이나, 그것이 만들어 낸 현재의 그림자 역시 매우 어두운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지금의 현실에서 미래의 전망 역시 낙관만 하기는 어렵습니다. 새로운 도전 과제들이 빠르게 대두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도전 과제는 다음과 같이 크게 4개의 범주로 구분해볼 수 있겠습니다.

첫째, 급속히 감소하고 있는 한국의 출산율은 이에 대응하여 출산율을 높여야 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 자체에도 적응해야 하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문제도 이에 대한 우리의 시급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의 우리 사회가 인구 증가를 전제로 한 확장적 사회였다면, 이제 우리 사회는 저출산고령화의 수축사회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사회구조의 전반적인 틀을 재조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둘째, 4차산업혁명은 우리 산업과 생활의 많은 부분을 혁명적으로 바꿀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4차산업혁명에 따른 과학기술 및 산업의 발전과 이에 부응할 수 있는 인적자원의 양성은 매우 긴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4차산업혁명이 초래할 급격한 변화의 부정적 결과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자리 대체와 상실, 플랫폼 노동 등과 같은 새로운 문제들이 그것입니다. 나아가, 4차산업혁명의 결과가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리는 경계심을 늦출 수 없습니다.

셋째, 점차 악화되고 있는 기후·환경의 문제는 이제 그 해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사실 그간의 근대적 산업화는 인간의 자연 훼손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으며, 그 에너지원 역시 화석연료에 의존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로 인한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는 역설적으로 지구 생태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따라서 에너지 전환을 비롯하여 개발과 환경이 조화를 이루고 인간과 자연이 공생할 수 있는 새로운 대책과 문명이 필요합니다.

넷째, 국제질서 역시 근래에 새롭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우선 중국의 급속한 부상으로 미·중간 패권 경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습니다. 또한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었던 신자유주의의 부정적 결과는 현재 각국의 정치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불평등의 심화 속에서 부상하고 있는 포퓰리즘 정치와 자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의 경향이 바로 그것입니다. 따라서 지리적으로 국제질서의 변화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의 경우 이에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요컨대, 현재 대한민국은 계층적, 지역적 불평등과 격차를 축소해야 하는 양극화 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의 2대 당면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동시에 대한민국은 저출산고령화, 4차산업혁명, 기후·환경, 국제질서 변화의 4대 미래 도전과제에 대해서도 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현실에 처해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더욱 앞당겨진 이러한 도전 과제들은 하나 같이 근원적인 문제들입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 대한민국은 과거와는 매우 다른 새로운 시대적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시대 대전환이라 지칭될 수 있는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의 국정 패러다임이 과거와 달라져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는 경인사연과 소속 연구기관의 역할과 관련하여 다음의 두 사항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시대 대전환에 따른 국정 패러다임의 변화에 즈음하여 앞서 언급한 당면과제의 해결과 미래 도전과제의 대비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 과제들 대부분이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만큼 각 연구기관을 넘나들고 관련 연구자들 간 집단지성에 기반을 둔 정책 연구에 힘써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향후 경인사연 관계자 여러분들과 긴밀히 상의해야겠지만, 우선 제 입장에서는 임기 동안 다음과 같은 활동에 중점을 둘까 합니다. 첫째,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을 감안하여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 중 그 과제 수행이 미진하거나 그 완수가 꼭 필요한 과제를 선별하여 그 집행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입니다. 둘째, 코로나 사태의 극복에 즈음하여 일상 회복 및 경제 회복을 적극 지원할 뿐만 아니라, 특히 그 피해자들에 대한 포용적 회복의 대책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셋째, 내년에 들어설 차기 정부의 국정이 원활히 시작할 수 있도록 그 정책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것입니다. 넷째, 중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미래비전과 전략을 선제적으로 연구하고 제시하는 것입니다.

정책 연구를 통해 국가의 정책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26개 소속 연구기관은 대한민국의 최대 정책연구 집단입니다. 따라서 경인사연과 소속 연구기관은 국가 싱크탱크의 중추로서 기능하는 한편, 정책 결정·집행의 주체와 정책연구 집단 및 연구자들을 서로 연결시키는 정책 논의의 허브로서 활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작년 2월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글로벌 집현전’이란 비전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저는 경인사연과 소속 연구기관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데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협조와 도움을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제8대 이사장

정해구 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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