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케미컬과 애경산업이 제조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재판부에 증언한 안전성평가연구소(KIT) 호흡기질환제품 유효성평가연구단 이규홍 박사가 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문을 냈다./ⓒ이기종 기자

[ATN뉴스=이기종 기자] 안전성평가연구소(KIT)는 SK 케미컬과 애경산업이 제조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재판부에 증언한 호흡기질환제품 유효성평가연구단 이규홍 박사가 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문을 냈다고 19일 밝혔다.

지난 12일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SK케미칼·애경산업 등 관계자 13명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사회적 참사는 지난 1994년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유공, 현 SK 케미컬)가 출시된 이후 지난 2011년 4월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폐 질환으로 사망자가 곳곳에서 발생했다.

재판부 변경 등 우여곡절 과정 끝에 재판부는 “작년 7월 기준 환경부에 피해를 신고한 사람이 6천817명이며 이 가운데 사망자가 1천553명”이라며 “이는 신고한 사람 기준이고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고 최종적으로 SK케미칼·애경산업 등 관계자 13명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이 재판 과정에서 최대 쟁점인 가습기살균제가 분무되면 독성 성분이 공기 중에 남지 않는다는 SK케미칼의 주장에 대해 최근 반박하는 연구결과를 낸 KIT 이규홍 박사는 증언과정에서 재판부의 잘못된 인용과 과학적 사실에 대한 몰이해에 대한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을 보면 그는 “저는 이 재판에 수차례 동물독성시험 연구결과에 대해 증언하였고 판결문에 많은 부분에서 저의 증언을 인용하였다”며 “저의 증언 취지와는 다소 다르게 인용되었고 또한, 단정적으로 사실을 표현하지 않았던 부분이 재판부에게 증언 취지와는 다르게 받아들여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판결문에 “연구책임자인 이*홍 박사도 이 법정에서 마우스 모델의 한계점, 기도 내 점적 시험의 한계점에 대하여 진술하였고 연구 결과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고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메칠이소티아졸리논(CMIT/MIT)가 인간에게 천식을 유발 또는 기 유발되어 있는 천식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고 적시한 것에 대해 반박했다.

특히 재판부에서 “만약 질문을 마우스실험을 가지고 사람에게서 천식이 일어난 것을 100% 증명할 수 있는가라고 하지 않고 실험결과로 CMIT/MIT가 마우스에서 천식 유사증상을 일으켰는가”라고 질문했다면 “‘분명히 그러하다’라고 증언하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장 발표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안전성평가연구소(KIT)를 통해 인터뷰 요청을 했으나 연구소 관계자는 “현재 시민단체가 주관하는 전문가 기자회견에 참관하고 있어 연락이 안 된다”며 “이번 입장문은 기관 차원에서 나간 것이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 과학적 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안전성평가연구소(KIT) 이규홍 박사의 입장문 전문이다.

- 요약문

최근 CMIT/MIT 관련 재판에서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그런데 판결에서의 연구책임자의 증언이 원래 발언 취지와는 다르게 인용되거나, 여러 가지 연구결과를 선별적으로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이에 증언을 하였던 연구책임자로서 당시 증언의 취지를 분명히 하고, 과학적 사실의 이해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 개요

최근 CMIT/MIT가 주원료인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한 재판의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모두 무죄로 판결하였습니다. 사유는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이 사건 폐질환 및 천식 발생 혹은 악화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재판부는 과거PHMG, PGH 성분 가습기살균제와는 달리 성분이나 위해성에서 많은차이가 있다면서, 현재까지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형사사법의 근본원칙의 범위 내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향후 추가 연구결과가 나올 경우 현재와는 다르게 평가를 받을 수 있음도 시사하였습니다.

저는 이 재판에 수차례 동물독성시험 연구결과에 대해 증언하였습니다. 판결문에 많은 부분에서 저의 증언을 인용하였습니다. 하지만, 저의 증언 취지와는 다소 다르게 인용되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또한, 단정적으로 사실을 표현하지 않았던 부분이 재판부에게 증언 취지와는 다르게 받아들여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부분과 관련하여 CMIT/MIT의 독성연구를 했던 과학자로서 본래의 증언 취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 증언의 취지에 대한 부분

판결문에서는 여러부분에서 특정 시험들을 언급하면서 CMIT/MIT가 폐 내 염증 및 섬유화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적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연구책임자인 저도 “CMIT/MIT는 PHMG와 달리 폐섬유화와 관련이 없다고 보는게 맞다.”고 했다고 하였습니다. 심문과 증언의 전후를 빼고 저의 이 증언 부분만 따서 이야기 한다면, 이를 읽는 누구나 제가 ‘물질과 폐섬유화의 관계가 없다.’ 말한다고 받아들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심문은 해당 연구결과로 한정해서 인과관계가 성립하는가 하는 것이었고, 해당 연구결과로만은 관련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는 취지로 이야기 한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특정 시험에 한정하여 인과성을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특정 발언만을 한정하여 인과성이 없다는취지로 증언하였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천식과 관련하여서도 판결문에는 “연구책임자인 이*홍 박사도 이 법정에서 마우스 모델의 한계점, 기도 내 점적 시험의 한계점에 대하여 진술하였고, 연구 결과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고 CMIT/MIT가 인간에게 천식을 유발 또는 기 유발되어 있는 천식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증언하였습니다.”라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통상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이는 현재 정설로 이야기 하고 있는 가설은 그것이 깨질 때까지는 정설로 받아들여지며, 항상 그 가설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뉴턴의 역학으로 세상을 모두 설명하던 시절에는 뉴턴의 과학이 정설이며 진리였습니다. 하지만, 과학이 발전하고 원자의 세계, 미립자와 소립자 등의 세계에서 뉴턴의 역학으로 세상을 설명하지 못하고 양자역학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현재까지의 인류의 경험으로는 옳게 받아들여진 과학적 사실들이 과학과 세상이 발전함에 따라 도전받고, 새로운 과학적 설명방법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저는 마우스모델에 대한 한계를 이야기했습니다. 이는 사람천식과 동물에서 나타난 천식 유사증상이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였습니다. 마우스 모델로는 사람 천식을 전혀 설명할 수 없다는 의미가아니었던 것입니다. 기도 내 점적 시험의 한계점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는 기도를 통해 들어가므로 상기도의 영향을 보지 못하고, 투여용량을 흡입경로와 정확히 비교하기가 어렵다는 의미였습니다. 결코 기도 내 점적 투여로 물질이 폐손상 및 천식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아낼 수 없다는 취지가 아니었습니다.

과학자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기존에 일어났던 현상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설명합니다. 저는 연구에서 CMIT/MIT를 기도내 점적투여하고 마우스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여러 방법으로 보았습니다. 조직병리, 폐세척액검사, 신호전달물질분석, 폐기능검사 등의 방법을 사용하였습니다. 조직병리에서는 사람에게서 나타난 천식과 유사한 소견들이 보였습니다. 폐세척액검사에서는 천식질환염증에서 주로 작용하는 호산구와의 관련성이 보였습니다. 신호전달물질분석에서는 천식에서 중요한 제 2형 조력 T 세포와의 관련성이 나타났습니다. 폐기능검사는 미약하지만 과민성반응이 보였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하여 마우스 기도내점적투여 연구에서 CMIT/MIT가 사람에서의 일어났던 천식과의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 입니다.

마우스는 천식이 나타나지 않는다거나 사람천식과 마우스천식증상을 같은 것이 아니라거나 일부 실험방법에 다소 문제가 있다고 변호인단은 주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논란거리로 만들고 신빙성을 부정하여도 또한, 100% 완전하게 증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여도 경험적으로 인과성을 증명하는 증거들이 누적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만약 질문을 마우스실험을 가지고 사람에게서 천식이 일어난 것을 100% 증명할 수 있는가라고 하지않고, 실험결과로 CMIT/MIT가 마우스에서 천식 유사증상을 일으켰는가라고 한다면 ‘분명히 그러하다.’라고 증언하였을 것입니다.

- 전문가들의 증언에 대하여

판결문에서는 전문가들이 “어느 누구도 자신들의 실험결과를 가지고 CMIT/MIT 성분과 이 사건 폐질환에 따른 사망 내지 상해 혹은 천식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지는 못하였습니다.”라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CMIT/MIT와 피해질환과의 인과성 규명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임상, 역학, 노출, 독성 등의 여러 과학분야가 동원되었습니다. 이 여러 가지 결과들을 종합하여 여러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어 인과성을 설명해온 것입니다. 어느 하나의 실험결과로 인과성을 얻어온 것이 아닙니다. 이를 하나씩 분해하여 특정 실험결과 하나로 한정하여 분명한 인과성을 주장할 수 있느냐라고 심문하고 이를 단정적으로 증언하지 못한다고 하여 판단에 배제하는 것은 과학적 사실을 올바르게 이해하여 판단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인류는 그동안 많은 학문적, 과학적 결과들을 축적해 왔습니다. 그 결과로 인류가 오늘같은 문명사회에서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결코 한번의 실험결과, 연구결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이를 증명하여 인류의 역사적 결과물에 한가지를 보태고, 이를 축적하면서 이루어낸 것입니다. CMIT/MIT 연구 결과들도 한가지 한가지를 모아 과연 인과성이 있겠는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그것이 과학적인 것입니다. 조각조각 분해하여 완결성을 부정하고 배제하는 방식으로 과학적인 사실을 이해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 특정 결과를 전제하고 실험했다는 견해에 대해

판결문에서는 1. 가습기살균제 성분을 엄격히 구분하지 않고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도 PHMG 성분 가습기살균제와 마찬가지로 사망이나 상해의 결과가 발생했다고 전제한 상태에서 실험이 이루어졌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2. 전제를 확인하고 보충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동물실험은 본질적으로 가정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와야 실험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엄격한 조건하에 중립적인 결과를 도출하고자 하는 실험과는 달리 연구자의편향이 개입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과학은 일어난 현상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수행합니다. 가습기살균제를 통해 피해사실이 보고되는 현상이 있었습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가설을 세우고 이를 증명해 나가는 것은 지극히 과학적인 접근 방식입니다. 과학적 접근 방식에는 엄격한 조건하에 중립적인 결과를 도출하고자 하는 실험은 있을 수 없습니다. 엄격한 조건은 없습니다. 현상을 잘 설명할 수 있는 결과를 낼 있는 최적화된 조건을 도출해야 하는 것입니다. 중립적 결과를 도출해서는 안되고 올바른 결과를 도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상태라면 가이드라인에 나와 있는 방법을 차용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재판부가 생각하는 엄격한 조건하에서 중립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것과는 다른 것입니다.

- 인과관계 인정 조건에 대하여

판결문에서는 CMIT/MIT의 폐나 하기도에 대한 위해성 및 이 사건폐질환 혹은 천식의 원인물질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1. CMIT/MIT가 폐질환 혹은 천식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는 물질이어야 하고, 2. 가습기 사용환경과 동일하게 흡입을 통해 CMIT/MIT가 사람의 폐에 도달하는 것이 확인되어야 하며, 3. 폐에 도달하여 폐질환 혹은 천식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킬 정도의 양이 축적되어야 비로소 CMIT/MIT가 폐질환 혹은 천식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이 이야기 하면서 현재까지 해당 물질이 이 사건 폐질환 혹은천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것이 확인된 시험 혹은 말단 세기관지부근의 폐까지 도달한 사실을 입증한 시험은 없다고 하고 있고, 사실을 입증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하고 있습니다.

물질이 폐손상을 일으키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은 흡입시키는 방법외에도 기도내점적투여로 물질을 폐로 이송시켜 확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실제로 연구진은 CMIT/MIT를 기도내 점적 투여하여 마우스에서 천식유사증상이 나타나며 이는 제2형 조력 T 세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천식의 부류라고 하면서 물질과의 인과성을 설명하였습니다.

말단세기관지까지 도달하여야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하기도는 후두일부를 포함한 기관, 기관지, 세기관지, 말단세기관지 및 폐포영역을 모두 포함하는 말입니다. 하기도 질환 특히 천식은 세기관지 말단 뿐만아니라 기관 및 기관지의 증상 또한 매우 중요한 질환인 것입니다.

독성작용은 물질이 축적되어 직접 세포에 손상을 가하는 경우에만 생긴다고 한정할 수도 없습니다. 물질이 주는 자극의 반복으로 인한 신호전달 체계로 인해 독성작용이 일어나는 경우 또한 존재합니다. 물질이 가습기살균제 사용 시처럼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노출된다면 세포에 자극을 지속적, 반복적으로 줄 수 있고, 그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여러 기전에 신호가 전달되어 호흡기내 면역환경을 바꿀 수 있고, 이에 따라 직접적으로 또는 다른 자극에 의해서 손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이 판결문에서처럼 독성작용을 지극히 제한적인 경우로 한정하여 인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마치면서

저는 CMIT/MIT를 포함하여 가습기살균제의 독성을 2011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연구해왔습니다. 그 중에는 PHMG나 PGH처럼 초기부터인과관계가 분명한 연구결과를 보인 물질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CMIT/MIT는 초기에는 인과관계를 설명하기 다소 어려운 물질 이었습니다. 그러나 연구를 거듭하면서 또, 다른 분야의 과학적 연구결과를 같이 검토하면서 점점 CMIT/MIT라는 물질과 사람에게서 나타난 피해 질환들 간의 인과관계의 증거들은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현재도 지속적으로 연구결과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이상으로 재판의 판결에서 사용된 연구결과들에 대한 연구책임자로서 과학자로서의 입장을 밝힙니다. 아무쪼록 이런 과학적 연구결과들이 올바르게 받아들여져 사용되기를 바랍니다.

2021.1.19. 안전성평가연구소 이 규 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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