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호흡을 통해 폐 속 암세포가 만드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을 감지하는 센서와 이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통해 폐암 환자를 판별하는 기계학습 알고리즘 기술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지난해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가 암이었으며 그 중 폐암 사망률이 가장 높아 국민 건강 관리를 위해 폐암 진단 및 예방법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폐암진단에 주로 사용되는 X선(X-ray) 검사나 컴퓨터 단층 촬영(CT, Computerized Tomography) 검사법은 방사선 노출 위험이 있고 비용이 높아 부담이 크다.

이번 연구진은 이러한 제한점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의 코가 신경세포를 통해 냄새를 맡는 것에 착안해 ‘전자 코’ 시스템을 개발했다.

연구과정을 보면 호흡가스가 들어오면 이를 전자소자를 이용해 마치 사람의 코처럼 냄새를 맡아 전기적 신호로 바꿔 질병유무를 검진하도록 만들었다.

ETRI가 개발한 ‘전자 코’ 시스템은 데스크탑 컴퓨터 크기로 날숨 샘플링부, 금속산화물 화학센서 모듈, 데이터 신호 처리부 등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시스템 활용을 보면 우선 검진자의 날숨을 비닐 키트에 담고 날숨이 찬 비닐에 탄소막대기를 넣으면 호흡 중 배출되는 여러 가스 성분들이 막대기에 붙는다.

이후 이 막대기를 ‘전자 코’ 시스템에 집어넣고 시스템을 구동하면 내장된 센서를 통해 가스가 붙은 정도에 따라 전기 저항이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날숨의 구성성분 데이터를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환자의 날숨 정보와 비교하면 폐암 유무를 판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분당 서울대병원의 도움으로 폐암 환자 37명과 정상인 48명 날숨을 채취해 200회를 분석한 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이를 기반으로 기계학습 모델을 공동 개발해 적용한 결과에 의하면 약 75%의 정확도를 보였다.

또 동일한 병원에서 흉부외과 연구팀의 임상적 유의성도 확인해 폐암환자 진단 보완재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공동연구를 수행한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상훈 교수는 “ETRI와의 연구성과를 통해 저렴하면서도 편리하게 폐암발병 여부를 검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책임자인 진단치료기연구실 이대식 박사는 “이번 기술이 상용화되면 폐암 진단 관련 의료기기 시장경쟁력 확보와 정부 건강보험료 지출 비용 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