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원에 15층 제2청사 신축공약 자취도 없이 사라져
철도산단, 충령탑 이전, 임대주택 천가구 등 朝三暮四
종합운동장 조기 착공, 종합병원 임기중 완공 늦어져

지난 25일 고려대 세종캠퍼스에서 열린 제10회 전국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 폐회식에서 이춘희 세종시장이 '기초자치단체 우수한 공약이 참다운 지방자치를 발전시킨다'는 요지의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세종시)

이춘희 세종시장이 지난 2014년 처음 당선될때 공약사항 중 일부는 지취도 없이 사라지고 일부는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어 당선을 위한 헛공약을 남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 2014년 이 시장은 조치원에 제2청사를 짓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당선됐지만 그 공약은 첫 임기를 마친 지난해까지 4년 동안 담당 공무원들도 모를 정도로 쉬쉬하고 있다가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앞서 이 시장은 지난 2012년 4월 11일 세종시가 출범하기 직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치렀던 2년 임기의 초대시장 선거에서 유한식 군수에게 고배를 마셨고 2014년 6월 재도전해 당선됐다.

지난 2014년 6월 4일 치룬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세종시 인구는 전체 12만 8225명 중 조치원 등 읍면지역이 9만 8880명(77.1%)이었고 신도시(한솔동 도담동)는 2만 9345명(22.9%)이었다.

유권자는 총 10만 1559명 중 읍면지역이 8만 1551명(80.3%)이었고 신도시지역은 2만 8명(19.7%)이었기 때문에 선거 출마자들은 읍면지역에 선심성 공약을 내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이해된다.

누구나 선거에 이길수만 있다면 물불안가리고 내세우고 싶은 것이 공약이었고 그 당시 이 시장이 내건 공약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구 연기군청 자리에 15층 규모의 제2청사를 신축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청사 문제는 지난 2012년 7월 1일 연기군이 세종시로 출범하면서 신도심에 짓느냐 구도심 가까운 곳에 둘 것이냐를 놓고 행복청과 설왕설래한 바 있어 읍면지역 주민들에겐 초미의 관심거리였다.

이 시장은 15층 규모 제2청사 공약을 내걸었지만 결국 지키지 못했고 부근에 지난 2016년부터 SB플라자를 짓겠다는 계획을 추진해 완성했으며 지난해 재선 후에는 테크노파크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이춘희 시장이 15층 규모의 제2청사를 신축하겠다고 공약한 구 연기군청 모습./에이티엔뉴스=홍근진 기자

이 시장은 지난해 재선을 위해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나서 6월 4일 제4차 정책공약발표 기자회견에서 "김원식 시의원 후보가 제시한 조치원 2청사 계획에 대해 뜻을 같이 한다"고 밝힌 바도 있다.

그러나 재선이 되자마자 연말까지 진행한 별관 신축 기본계획수립 용역에서 조치원 청사는 배제됐다. 결국 조치원 등 읍.면지역 주민들은 이 시장의 조삼모사(朝三暮四)에 놀아난 원숭이 꼴이 됐다.

별관 신축 기본계획수립 용역에 조치원 청사 활용방안으로 테크노파크를 현재 농정원이 사용하는 구 연기군청사 자리에 짓고 나머지 공간을 추후 활용하는 것으로 돼있지만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시청 관계자는 "별관 신축 문제가 늦어진 것이 이 시장의 제2청사 신축 공약때문이었느냐"는 질문에 한사코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신도시 주민이 늘어나는 때를 기다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2014년 선거 당시에는 읍면지역 인구와 유권자수가 거의 4배 가까이 많았지만 지난해 선거에서는 신도시 인구가 20만 271명으로 전체 29만 4309명의 68%를 차지할만큼 역전되는 현상을 보였다.

불과 4년만에 읍면지역 인구는 줄어들고 신도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천지개벽을 한 탓에 신도시 시민들의 여론을 등에 업고 조치원 제2청사 건립 공약을 등한시 한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를 설계하고 초대 행복도시건설청장을 역임한 이 시장은 이미 신도시 인구가 4년 후엔 읍면지역 인구를 앞서게 되리라는 예상을 하고 그런 공약을 했을거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같은 당의 한 시의원은 조치원 2청사 문제가 왜 무산됐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런 공약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에서도 잘 모르는 일인데 만약 그렇다면 시장이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6월 제6회 전국지방선거에서 이춘희 당시 세종시장 후보가 내세운 공약.(자료=선거관리위원회)

이밖에 이 시장은 조치원에 임대주택 1000가구를 건설해 인구 10만 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약해 놓고 달랑 서창행복주택 450세대와 신흥사랑주택 80세대만 뒤늦게 완성했으며 10만 도시는 요원하다.

전동면에 조성키로 했던 철도산업단지 계획은 거창하게 변죽만 울려 놓고 유야무야 됐으며 대신 추진하는 일반산업단지 마져도 관계부처와 협의가 늦어지며 계획 변경이 불가피한 상태에 이르렀다.

이뿐만 아니라 2014년 선거에서 조치원에 있는 충령탑을 이전하고 그 자리에 제2 동서횡단 도로와 복합커뮤니티센터를 짓겠다고 약속했지만 이전은 무산되고 도로와 센터는 다른 곳으로 변경됐다.

게다가 사전에 관계부처 협의 및 치밀한 검토없이 발표한 대평동 고속터미널 부지 종합운동장 건립 계획은 올해에도 예비타당성 대상사업으로 선정될지가 불투명한채 안타까운 시간만 흐르고 있다.

임기중 완공하겠다던 종합병원 공약은 지난 2017년 착공한 충남대병원이 내년 3월 준공을 앞두고 있어 한 템포 늦게 지키게 됐지만 이역시 당시 공약을 이행한 것은 아니여서 낙제점으로 평가된다.

이 시장은 지난 25일 모교인 고려대 세종캠퍼스에서 열린 '제10회 전국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 폐회식에서 "우수한 공약이 참다운 지방차치를 발전시킨다"는 요지의 연설을 했다.

이를 두고 연서면에 사는 H씨(57)는 "아무리 시장 자리가 욕심나고 당선이 아쉬워도 헛 공약을 남발해 당선된 뒤 나몰라라 하는 시장이 메니페스토를 들먹거리는 건 우스운 일"이라고 한 숨을 내셨다.

이미 전기에 약속했던 공약이고 이후 재선에 성공해 면죄부를 받았으며 상황이 변했다고 변명하겠지만 그 당시 조치원에 살던 시민들은 아직도 대부분 이 시장의 제2청사 신축 공약을 잊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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