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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대전시"용기 있는 행정은 시민과 함께 하는 행정이다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에이티엔뉴스=선치영 기자

최근 대전시의 정책결정이 주민들의 반발을 사는 경우가 많고 시민사회와 갈등을 빚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유서 깊은 유성 5일장의 영구폐쇄를 가져 올 수 있는 유성구 장대B지구 재개발사업의 시유지 동의, 미세먼지의 다량 발생가능성이 높은 서구 기성동 평촌산업단지의 LNG발전소 유치,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병상 확장이 아닌 주차장 건설의 100억 원 기부금 활용계획 등이 그것이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서구 관저동 6342㎡ 부지에 2020년까지 60병상 규모로 건설될 예정이다. 사업비 267억 원 가운데 국비는 78억 원, 시비는 189억 원이 투입된다. 100병상 이상의 규모를 원했던 장애아 부모들로부터 수용규모가 너무 작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그러던 차에 넥슨컴퍼니의 사회공헌재단인 ‘넥슨재단’이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써달라고 국비지원액보다 많은 100억 원을 희사해 병상 규모 확대가 기대됐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는 달리 대전시는 기부금 전액을 주차장 건설비로 사용하겠다고 밝혀 장애아 부모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 3월 19일 한국서부발전과 서구 평촌산업단지 14만여㎡ 부지에 복합발전단지 건설을 위한 입주 및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서부발전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1000MW급 LNG발전소 등을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시는 이번 투자유치로 연간 8만 5000명의 건설 일자리 창출, 향후 30년 동안 658억 원 세수 증대, 320억 원 규모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 사업 등의 부대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물론이고 건설 예정지 주변지역 주민들은 미세먼지 대책과 역행하는 발전소 유치를 반대하고 나서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시는 이에 앞서 장대B지구 도시재개발을 위해 도로 등 시유지 사용동의를 추진위원회에 내줬다. 최소 120년의 역사가 있고, 구 한말 을미의병의 시원지이며, 3·1만세운동이 세 차례나 일어난 유성 5일장을 사실상 사라지게 하는 데 앞장섰다.
 
이 모두가 해당 주민이나 시민들과의 소통이나 공감대 없이 결정돼 큰 반발과 반대를 자초했다. 주민들의 이해관계나 정서 파악 등의 사전조처가 거의 없는 데 따른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법 조항만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고 정무적 판단을 소홀히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시민들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시정이 계속되는 것과 다름없다.
 
‘새로운 대전, 시민과 함께’라는 허태정 시장의 시정 구호는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는 증표이다. 시민 위에 군림하는 행정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단면들이다. ‘영혼 있는 행정’, ‘행정의 인간화’는 아직도 멀었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노예해방을 선언한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민심을 얻으면, 못 할 게 없다. 민심을 잃으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따라서 민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자가 법을 제정하고 판결을 내리는 자보다 위대하다”고 말했다. 법률에 기초한 행정적 행위는 민심을 먼저 얻어야 정책적 정당성을 가질 것이라는 조언일 것이다.
 
공무원은 숙련노동자일까, 저숙련 노동자일까? 이도저도 아니면 반(半)숙련 노동자라고 해야 할까? 인공지능 로봇이 일자리의 양극화를 가져온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관료조직에 적용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심층적 성찰 없이 기계적이고 피상적으로만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한다면 이는 인공지능 로봇의 업무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경우 고도로 숙련된 직무를 수행한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시민들에게 영향을 지대하게 끼치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비숙련 노동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중간숙련 노동은 인공지능 로봇으로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직군에 속한다. 신자유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공무원은 시민을 위한 공복이 아니다. 자기 조직에 충성하는 충복일 뿐이다”라고 규정한다. 이런 매몰찬 규정이 사실이라면 시민들로부터 더욱 신망을 얻기는 어려워진다. 위에 사례를 든 시민과의 갈등유발 정책은 하이에크의 정의에 부합하는 면이 많고, 인공지능 로봇적인 행위라고 해도 이의를 달지 못할 정도이다.
 
대전시가 로봇과 같은 행정집행을 했다가 시민과의 공감을 통해 이를 번복함으로써 시민들을 안도하게 한 사례도 있다. 시는 최근 유성 장대B지구 재개발사업 추진위원회의 조합설립 동의를 철회하는 조처를 취했다. 재개발사업지구 안의 시유지 활용을 백지화한 것이다. 역사성 짙고 시민들의 정서가 깊게 밴 유성 5일장의 존치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시민들의 정서에 부응함으로써 링컨이 말한 민심을 얻는 행정으로 돌아가겠다는 첫 약속으로 받아들이는 시민들이 많을 것이다. 이번의 용기 있는 행정은 곧 ‘시민과 함께 하는’ 행정에 대한 믿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청년실업대책으로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늘리는 것’과, ‘공무원 수를 늘리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여론조사가 있었다. 2015년 한국갤럽에서 한 여론조사로 앞의 질문엔 86%의 찬성률이 나왔고, 뒤의 항목은 80% 가까이가 반대로 나왔다. 경제학자 우석훈은 “미묘한 차이는 있지만 두 질문은 정책적인 측면에서 사실상 같은 내용”이라며 “우리는 공무원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나라다”라고 분석했다. 2019년에는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뒤바뀔 수 있을까? 기계적이고 권위적인 로봇행정이 계속된다면 해가 바뀐다고 해서 결과가 뒤집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민심을 얻으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시장이하 대전시 공무원 모두가 고숙련 직업군이 요구하는 전문성, 창의력, 관리능력을 발휘해 유성 재개발 동의 철회 건에서 보여준 용기 있는 행정으로 시민과 함께 난제를 풀어가기를 기대한다.

전 대전시 일자리특별보좌관 손규성

에이티엔뉴스 선치영 기자  atnt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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