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은 예술불모지 아닌 매력 있는 기회의 땅
-대전을 세계미술 속에서 꽃피우는 역할 할 것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이 "대전미술의 문턱을 없애고 대중속으로 파고 들어가 대전시민 모두와 공감하고 소통하며 실 생활속에서의 미술로 자리매김해 대전시민들에게 무한 사랑받는 미술로 만들겠다”고 밝혔다./에이티엔뉴스=이현식 기자

“대전은 절대 문화예술의 불모지가 아닙니다. 전국 어느지역과 비교해봐도 훌륭한 인프라와 체계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문화예술, 특히 미술분야에서는 괄목할만한 성장 가능성이 있는 매력 있는 도시죠”
 
지난 1월 대전시립미술관장으로 부임한 선승혜 관장의 ‘여풍당당’한 대전미술에 대한 평가다.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8문화향수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전의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은 86.3%로 7개 특․광역시 중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의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은 미술전시회(21.9%)가 대중음악․연예(20.9%), 뮤지컬(13.7%)을 제치고 영화(81.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 선 관장의 자신감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동안 높은 문턱으로 인해 대전시민들과 함께 호흡하지 못했던 이유로 ‘미술’은 그들만의 잔치에 불과했던 것을 인정합니다. 이제는 문턱을 없애고 대중속으로 파고 들어가 대전시민 모두와 공감하고 소통하며 실 생활속에서의 미술로 자리매김해 대전시민들에게 무한 사랑받는 미술로 만들겠습니다”
 
대한민국 미술계의 한 획을 그으며 쌓아 올린 ‘선승혜의 미술 완성체’를 이곳 대전에 쏟아부어 전국 최고의 미술도시를 만들겠다는 ‘여풍당당’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을 만나 그의 포부와 계획, 대전미술계의 미래비전을 들어본다.(편집자 주)
 
 
- 대전시립미술관장으로 임명된 소감과 앞으로의 포부는
 
▲대전시립미술관을 ‘공감미술’로 시민들과 함께 미래를 상상하는 터전으로 사랑받고, 미술-과학의 융복합의 미술관으로서 국제적으로 성장시키겠습니다. ‘공감미술’은 예술가와 시민의 참여와 공유로 완성되는 미술로서, 대전 지역작가의 빅데이터베이스의 체계적 구축, 대전의 문화기관, 대학, 연구소, 시민의 연결로 공감형 참여프로그램 강화, 미술-과학을 결합한 미래 지향적 전시를 목표로 하겠습니다.
 
- 선승혜 관장이 살아오면서 느낀 미술이란 무엇인가
 
▲미술은 공감이다. 미술은 보는 것으로 마음을 주고받는 놀라운 공감의 정화로 눈으로 보는 예술로서 느낌과 생각을 형태와 색으로 표현하는 사람의 능력이 경이롭다. 미술은 사회 속에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감상을 통해서 완성된다. 미술가가 표현한 개인적인 생각과 느낌이 감상자에게 같은 내용으로 전달되기도 하고 전혀 다르게 이해되기도 한다. 미술은 미술가가 창작, 감상자의 감상이 연결되면서 완성되고 복잡다단한 연결방식으로 ‘미술의 초연결’이라고 명명하고 분석해 나가고 있다.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이 "미술은 보는 것으로 마음을 주고받는 놀라운 공감의 정화로 눈으로 보는 예술로서 미술은 '공감'"임을 강조했다./에이티엔뉴스=이현식 기자

- 예술을 시작하는 데 가장 깊은 영감을 준 롤모델이 있다면
 
▲아버지와 제임스 케힐 교수다.
 
미학, 미술사를 공부하고 일하게 된 것은 아버지 덕분이다. 아버지는 저에게 평생 아름다움을 보면서 살면 좋겠다고 하면서, ‘미학’을 전공하고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돌이켜보면 당시에 의학이나 법학과 같이 유용한 학문이 아닌, 인문학 중에서도 미학이라는 아름다움을 연구의 주제로 하는 전공을 권유하신 것은 20~30년 후를 내다보는 참으로 놀라운 선견지명이었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고(故)제임스 케힐(버클리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아시아미술의 깊이를 사람에 대한 성찰로 풀어낸 글이 좋습니다. 제가 대학생이 된 1989년은 해외여행이 자율화된 해로 세계적으로 국제화의 물결이 시작되던 시기였다. 국제화의 흐름 속에서 학업을 하고, 일본에서 유학을하고 미국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게 됐다. 제임스 케힐 교수님을 처음으로 만난 것은 2001년 미국에서 인턴큐레이터를 할 때였고, 2002년 하버드대학 엔칭펠로우, 외교부에서 근무하면서 ‘세계’의 다양성에 대해서 안목을 가지게 될수록 한국미술을 세계에 잘 알리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 살아오면서 만든 기획전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클리블랜드미술관 <그려진 시: 한시의 동경 (The Lure of Painted Poetry)>입니다. 동아시아의 시서화일치를 주제로 한 전시로서 전통부터 현대까지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로 미국 사람들에게 문인정신을 주제로 시서화일치를 보여주는 전시가 어렵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깊은 이해와 호응을 받았다.
 
저는 기본적으로 한국미술의 외국전시에 관심이 많다. 유럽과 미국에서 중국과 일본의 미술은 20세기 초부터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와 미술관의 전시가 이루어졌습니다만, 이에 비해 한국은 아직도 아쉬운 점이 많다. 한국미술이 조금 더 깊이 있게 소개하는 전시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 대전은 미술뿐만이 아닌, 전반적 예술분야에서 불모지라 볼 수 있을 만큼 흥행이 약하다. 관장님이 생각하는 대전 미술의 발전을 위한 대안은?
 
▲대전은 절대 불모지가 아니다. 지역이라는 소극적인 생각보다, 전문성으로 무장한 문화력이 그물망의 중심에 있다 라고 나를 중심으로 관점을 바꾸면 많은 것이 보인다. 대전은 백제, 유학, 근대, 과학을 키워드로 하는 문화력이 매우 강한 도시로 이제 중요한 것은 세상의 빛과 같은 문화 주제어를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실천하는 행동력이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미술도 미술사의 전통 속에서 대전의 위상을 정립하고, 가까운 미래를 미술로 전망해 문화력의 리더가 된다는 전문성과 능동성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 대전은 대학· 연구기관을 통한 과학체험 전시 및 프로그램으로 과학인재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대전에 거주하는 미취학·취학연령의 아이들을 위한 시립미술관의 교육적 기능 수행을 위해 구상하고 있는 계획이 있다면
 
▲대전시립미술관의 교육프로그램을 전면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특히 미래인재를 키워낼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으로 개선하고자 한다. 단순히 가르치는 교육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의 성과를 전시로 소개하는 기회를 가지고자 한다. 교육과 전시의 선순환을 통해 미래인재에게 자유로운 상상력과 노력의 성취감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이 "대전미술을 세계미술 속에서 성찰하고 실천해 활짝 꽃피울 수 있는 역할을 다 하겠다"고 여풍당당한 모습을 보였다./에이티엔뉴스=이현식 기자

- 선 관장이 바라보는 대전 미술의 현주소는
 
▲대전의 미술은 지난 20년간 많은 성취를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대전시립미술관이 개관하여 소장품을 확장해 좋은 기획전을 했다. 특히 과학과 미술을 주제로 한 대전비엔날레는 매우 중요한 기획이라고 생각하고 이응로 미술관과 같이 한국미술사에서 중요한 작가를 집중해 연구하고 전시하는 미술관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다만, 대전과 충남은 한국미술사의 기라성 같은 작가들을 배출한 곳이지만 이러한 조명은 전무한 것 같다. 예를들어 대전 충남은 한국화의 강한 전통을 가지고 있고, 수많은 대가들을 배출했지만, 본격적인 전시는 아직 전무하다. 이와 같이 한국미술사를 조망하면서 지역미술을 큰 흐름 속에서 평가하는 전시가 필요하다.

- 선 관장이 갈고 닦고자하는 대전 미술의 로드맵은
 
▲첫 번째로, ‘대전을 그리다’로 대전 지역작가의 빅데이터베이스의 시스템을 체계화해 작품의 수집, 기록의 구축, 전시, 홍보의 선순환적 토대를 구축, 대전 지역미술의 체계적인 지원을 강화하겠다.
 
두 번째로, ‘시민을 초연결하다’로 대전의 시민, 문화기관, 대학, 연구기관 등을 협업을 위한 초연결 네트워크를 활성화해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전시, 교육, 해석에 참여하는 공감형 참여프로그램으로 민간미술기반을 활성화하고자 한다.
 
세 번째로, ‘미래를 상상하다’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과학과 미술의 긴밀한 융복합 전시를 강화하고 대전 지역의 대학과 대덕연구단지 등과 협업을 확장, 미래를 상상하는 국제적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하겠다.
 
더불어 공감미술로 대전시의 운영방향인 ‘삶의 품격을 누리는 생활’과 ‘교육과 문화가 꽃피는 대전’에 기여하겠다. 특히 2019 대전방문의 해를 맞아 미술관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여 외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대전을 방문하도록 노력하겠다.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이 “대전은 절대 문화예술의 불모지가 아니라 훌륭한 인프라와 체계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문화예술, 특히 미술분야에서는 괄목할만한 성장 가능성이 있는 매력 있는 도시”라고 강조했다./에이티엔뉴스=이현식 기자

- 대전시민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미술은 4차산업혁명과 같은 시각정보가 강화되는 시대에 가장 중요한 문화력이다. 이제 우리가 그 변화의 흐름 속에 어떤 위치에 있을 것인가를 잘 정해야 한다. 지금의 작은 차이가 앞으로 10년 안에 가늠하기 어려운 큰 차이를 만들어 낼 것이다. 이제 대전미술은 지역미술로서가 아닌, 세계미술 속에서 성찰하고 실천해 활짝 꽃피울 수 있는 역할을 하는 데 최선을 다해 앞장 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신임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은 서울대학교 미학과 학사, 석사, 도쿄대학교 미술사학 박사를 거쳐 하버드대학 엔칭연구소 펠로우로 초청된 바 있는 국제적 큐레이터로서 ▲외교부 문화교류협력과장 ▲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 큐레이터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학부 겸임교수를 거쳤다.
 
대담-선치영 총괄국장
사진-이현식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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